| 2009년 11월 8일, 일요일, 비가 올듯 말듯 한 날씨.

# 1
토요일은 갑작스런 약속이 생겼다.
그래서(변명이지만) 약속시간보다 좀 늦게 되었는데,
약속을 한 지인은 더 늦었다.
게다가 약속장소도 조금 엇갈리게 알려준 탓에
분명 지인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왔음에도 불구하고
늦은 지인이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는 상황이 되버렸다.
게다가 지금 기다리는 곳이 잘 못 되었다는 것도 늦게 알게되어
택시까지 타고 약속장소로 이동을 했으니.
왠지모르게 억울하고 화도 난다.
미안하다고 하며 다가온 지인의 얼굴을 보니 차마 화를 낼 수가 없다.
화는 났지만 화를 내고싶었던 것은 아니니까 화를 내지 않았다.
# 2
일요일은 원래 계획에 있던 약속이 있었다.
그래서(여유가 있었기에) 약속시간보다 일찍 밖으로 나와
쇼핑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.
약속을 한 지인으로 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.
애초에 시간을 정한 약속이 아니고 '저녁 즈음' 이라는 느슨한 시간 약속이어서
많이 늦어도 상관 없었지만 그냥 취소가 되버렸다.
지인의 상황은 전화로 들어서 잘 알고 있다.
분명 이해하고 이해하며 이해되는 상황이다.
내가 생각해도 그 사람은 나와의 약속을 취소하고 해야할 일이 생겼다.
그래서 괜찮다고 했다.
사실 괜찮지 않았다. 간만에 외출에 사람볼 생각에 나름 즐거웠는데.
혼자서 룰루랄라 하고 집에들어가서 벽보고 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.
계속해서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지인으로 부터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.
별로 화를 내고 싶지는 않다.
충분히 이해하는 상황이니까.
다 잘 알고 충분히 이해할 만한 상황인데.
화가 난다.
그리고 화를 내지 못하는 내게도 화가 난다.
웃으면서 괜찮다고 하는 척 한다.
그 화는 성냥불 같아서 금방 불타오르고 금방 꺼진다.
고작 그정도의 가벼운 화지만 화를 내지 못했다.
2009년 11월 8일, 일요일, 비가 올듯 말듯 한 날씨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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